_엮는이 호준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하던 2010년대, 삼촌께서 1년간 쓰다가 주셨던 옵티머스 Q가 나의 첫 스마트폰이었다. 다양한 모바일 게임부터, SNS, 유튜브, 음악플레이어 등등,, 스마트폰 속에 있던 것들은 초등학생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엔 충분했다. 당시 카카오톡에선 '심심이'가 유행이었다. 내가 심심이에게 말을 걸면, 심심이는 그에 맞는 답장을 해주었다. 그것이 내가 기억하는 최초의 인공지능이었다. 초등학생에게는, 스스로 말하던 심심이가 너무나도 신기했다. 물론 답변이 한정적이긴 했지만, 나의 메시지에 언제나 답장을 보내던 심심이가 그저 재밌었다. 심심이가 스스로 사람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신기했다.

KakaoTalk_20231114_234736559.jpg

시간이 흘러, 인공지능은 스스로 학습하여 바둑을 두고, 운전을 하고, 그림을 그리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특히, 2023년에 출시된 어도비의 생성형 AI 모델, 파이어플라이의 등장은 디자인 업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사용방법은 정말 단순하다. 이미지에서 영역을 선택한 후, 원하는 키워드를 텍스트로 입력하면 몇 초 만에 이미지가 생성된다. 포토샵을 능숙하게 다룰 줄 아는 전문가가 아니어도 된다. 그저 간단한 단어나 문장만 입력하면 원하는 이미지를 무한대로 찍어 낼 수 있다.

장담컨대, 가까운 미래에는 도면 파일만 일러스트로 옮기고, 'architectural plan style' 만 입력해 주면 도면 리터치쯤이야 인공지능이 해줄 것 만 같다. 더 이상 핀터레스트를 뒤적이며 맘에 드는 래퍼런스를 찾아 따라하는 작업 따윈 안 해도 된다. 인공지능은 우리가 원하는 래퍼런스정도는 진작에 습득한 상태일 테니. 3D 이미지만 만들면 인공지능이 렌더링을 해주고, 패널에 들어갈 요소들만 넣어주면 자동 배치 및 색감 보정까지 해주는 세상. 상상만 해도 행복하다. 이처럼 인공지능은 '딥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인간에 비해 압도적인 학습능력을 보여주며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DDP에서 진행중인 LUX:시적해상도에서는, 미디어 아트에 AI 기술을 접목시켜 만든 대규모 시청각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인공지능 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통해, 미디어 아트 표현방식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KakaoTalk_20231119_012234199_12.jpg

KakaoTalk_20231114_234736559_05.jpg

전시에 대한 해설과 분석은 생략하겠다. 도슨트 설명에서도, 작품에 대한 철학적 해석보다는 작품에 대해 여과 없이 감각으로 받아들이는 관람 방식을 추천해 주셨다. 빛과 색의 연속성이 어쩌구, 공감각적 한계점이 저쩌구하는 심오한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자. 미디어아트와 인공지능의 융합을 통한 작가의 표현방식에 초점을 맞추고, 느껴지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이번 전시를 100% 즐길 수 있을 것이다.

KakaoTalk_20231119_012234199_13.jpg

순수 예술의 시대, 르네상스 시대를 지나, 이제는 최첨단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예술을 표현할 수 있는 시대이다. 인간의 무궁무진한 상상력에, 인공지능이 자유로운 날개를 달아주었다. 방대한 래퍼런스, 빅데이터를 활용한 예술의 시대의 최전선에 있는 작가들이 제시하는 미디어아트의 시적 해상도. 그 신비함과 아름다움을, 전시에서 있는 그대로 느끼길 바란다.